대간, 정맥/낙동정맥(終)

낙동정맥 2차 산행 (석개재~답운치)

수정신 2010. 12. 24. 22:24

2010년 12월 23일

석개재-2.8km-묘봉북동봉-1.5km-용인등봉-3.6km-삿갓봉-1.3km-1098봉-3km-1036봉-5.4km-934.5봉-2.7km-한나무재-1km-진조산-2.3-굴전고개-2.5km-답운치..... 26.1km

 

석개재 06:10분 출발 ㅡ 답운치 15:40분 도착. (9시간 30분 소요)

 

낙동 두 번째를 간다.

산에 미친것도 아니면서 그냥 산길을 간다.

고행은 고행을 부를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홀로 산행을 떠난다.

내 속은 나만이 아는 것, 자신 이외에 그 누가 알겠는가.

풀어진 다리와 망가진 영혼을 등에 지고 즐겁지 않은 산행 길을 나선다.

그저 묵묵히 걷는다.

산속의 멧돼지가 되고 싶다.

땅을 파헤쳐 흙냄새를 맡고 잡목 속을 이리저리 헤매며

생채기가 나고 아물며, 또 생채기가 나고 또 아물고

항생제 없이 스스로 이겨내며 살아가는 동물의 본성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낙동 2구간 지형도)

 

 

12월 22일(수) 성남 야탑터미널에서 18:30분발  태백행 버스에 오른다.

1구간 산행날씨도 몹시 추웠는데 잠시 풀렸던 날씨가 이번 산행날자에 맞춰 혹한이 온다고 한다.

태백 모텔에 여장을 풀고 일찍 쉬려고 하지만 이런 저런 생각에 잠이 오지 않는다.

밖으로 나가 간단한 안주에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숙소에 들어와 억지로 잠을 청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

04:00에 알람을 맞춰놓고 잠들기 전에 시계를 보니 새벽 한시.

선잠으로 네 시에 일어나니 감기기운이 도는 게 꼼짝하기가 싫어진다.

창문을 열어보니 매서운 냉기가 밀려온다.... 가기 싫다.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 꼼지락거리며 시간을 지체한다.

아침 해장국을 먹고 택시로 석개재에 도착하니 5:50분

하의 등산내복을 입지 않아 찬 냉기가 하체로 따갑게 밀려들어 온다.

일출시간 07:32분.

보름달은 아니지만 하현달이라 칠흑같이 어둡지는 않다.

크림 같은 어둠이다.

한치 앞을 못 보는 공포스러운 어둠이 있는가 하면 부드럽고 편안한 어둠이 있지 않은가.

산으로 오를까 하다가 임도를 따르기로 한다.

임도를 따라 1.2km 정도를  가면 다시 만난다는 생각에 임도 길을 걷지만 눈이 쌓여있고 길도 얼어있어

발걸음 놀리기가 그리 수월치 않다. 

 

산행 들머리.

 

 

임도길을 가다가 왼쪽 숲으로 들어가고 다시 임도길로 나오고, 이러기를 몇 차례 반복한다.

 

 

용인등봉이 목전에 보인다.

 

임도를 버리고 숲속 길로 들어서면 곧바로 오름이 시작되고 다시 내려오고 안부지점에서 다시 본격적인 오름이 시작된다.

가파르게 치고 올라와 다 왔나 싶으면 정상은 그 뒤에 버티고 있고 이렇게 두어 번 올리고 나면 묘봉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곳이 묘봉북동봉이다.

묘봉은 정맥길에서 살짝 벗어나 있고 갈 길도 멀어 그냥 지나친다.

묘봉북동봉에서 경사길로 깊게 떨어졌다가  다시 길게 오르면 용인등봉이 나온다.

※묘봉의 유래 :  옛날 

풍곡리 쪽의 문지골에 고양이가 많이 살았다고 전해지며,
문지골 막장에 고양이 형상의 바위가 있어 猫峯으로 불렀다고 한다.

용인등봉에서..... 동해바다쪽에서 여명이 밝아온다.

 

 

안내서에는 용인등봉에서 야영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지만 터도 넓지 않고 돌이 돋아나와있어 야영지로는 매우 부적합함. 

 

 

용인등봉에서.... 떠오르는 해가 아니고 지는 달입니다.

 

 

997.7봉에서 뒤돌아본다.

좌측 봉우리가 묘봉 북동봉이고 우측 봉우리가 용인동봉이다.

용인동봉에서 고도 180여m를 내려왔다가 다시 치고 오르면 997.7봉에 이른다.

 

997.7봉 삼각점.

 

 

997.7봉에서 정맥 길은 동쪽(좌측)으로 휘어진다.

경사를 내려서면서 순탄한 길이 꽤 길게 이어진다.

이 길이 언제까지 이리 좋을 것인가? 좋으면서도 불안한 심정이 든다. 

경험상 대간과 정맥길은 사탕만을 주는 적이 없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1030m봉에 이르니 그 뒤로 1095봉이 버티고 서 있다.

숨이 턱밑에 차도록 1095봉을 오르고 나니 다시 떨어지고, 더 높은 1130봉를 오르고 나서야 삿갓재가 나온다.

 

 

 

 

삿갓재.

삿갓재에 내려서면 진행하던 방향으로 임도를 따라 가야한다.

정맥길과 임도가 겹쳐있어 숲속으로 길이 없다.

임도를 따라 1.2km를 가면 임도 좌측 숲 기슭에 5갤런 폐오일 통이 몇 개 쌓여있고 이곳에서 좌측 숲으로 들어간다.

(계속 임도를 따라가도 정맥길과 다시 만나지만 숲속 길은 직선길이고 임도는 멀리 돌기 때문에 숲길로 가는 것이 유리하다.)

좌측 숲으로 들어가 400여m를 가면 다시 임도와 만나고 임도는 정맥길과 나란히 간다.

그러다 다시 숲으로 들어가고 임도는 오른쪽 산 아래로 내려간다.
숲길 따라 잠시 진행하면 이번엔 '좌측으로 임도와 만나고 임도길을 따라 300여m 가면 임도 삼거리를 만난다.

(가다가 오른쪽 숲으로 정맥길 표지기가 있는데 숲속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다.)

 

 

 

 

오른쪽 숲길에서 빠져나와 뒤 돌아본 길. 임도는 산 굽이를 크게 돌아 이곳에서 만나기 때문에 숲길이 빠르고 편하다.

 

 

임도 삼거리.

뒤로 보이는 바리케이드가 길 안내를 하듯 좌측을 향하고 있다.

여기서 무조건 전곡 방향으로 가야한다.

눈 덮인 좌측 사면으로 표지기가 붙어있지만 바리케이드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가는 것이 편하다.

100여m 지나면 곧 바로 만나기 때문이다.

 

 

임도 삼거리.

안내문에 쓰여 있듯 삿갓재를 지나면서부터 잘 자란 금강송이 널리 퍼져 있다.

조망 없는 정맥 길을 가면서 지루하지 않고 큰 수확을 거두었다는 생각이 든 것은 금강송을 보면서걸었다는 것이다. 

백두대간이나 일반 산에서도 많이 볼 수 있지만 금강송이 이렇게 군락을 이루고 있는 산들은 처음 보는것 같다.

관상수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재목으로 쓰기에 맞게 옹이 없이 위로 올곧게 크고 있는 금강송을 보면서

일반적인 조경만을 생각했던 울타리에 새롭게 다가오는 조경도 그려본다. 

산 전체가 조경이고 나라 전체가 조경인 것을....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면 낙동 2구간은 정맥길 보다는 우리나라 금강송의 군락지로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후일 금강송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국가에서 이 길을 열어 줄런지는 몰라도 20년 아니 30년 후에라도 내가 살아 있다면

내 다시 이곳을 꼭 찾아오리라.

금강송이나 춘양목, 황장목은 모두가 같은 소나무.

목질이 곱고 세월이 지날수록 붉은색이 배어나와 실내목재용에서 최고로 쳐주는 홍송도 동일한 수종이다.

단지 그 나무가 어디서 자라느냐, 출하지가 어딘지, 기후와 여건에 따라서 다른 이름이 붙여졌을 뿐이다.

아름다움으로 육송이나 곰송을 따를 수가 없지만 위 모두가 조선솔이기에 사랑해야 할 소나무들이다.

 

 

임도 삼거리에서 바리케이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간다.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조금 가다보면 시멘트 포장이 끝나는 길에서 우측으로 정맥길 표지기가 붙어있는데 여기서 정맥 길을 따를 것인지, 임도로 돌아갈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각자의 판단이지만 임도를 따라가도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이라 편하지만은 않다 .

나는 눈 덮인 임도를 따라 걷지만 눈과 얼음으로 다져진 임도를 걷는 것도 체력소모가 많다.

 

 

 

 

 

 

전곡 방향으로 가야한다.....

 

 

임도 끝지점. 여기에서 임도와 완전히 이별을 하고 길 건너 숲속으로 들어간다.

 

 

이제부터 답운치까지 쉼 없이 오르내려야 한다.

이제는 내가 결정할 권한이 없다.

길 따라 가야한다.

그냥 정맥길 따라, 지도 따라, 표지기를 따라... 그냥 따라야 한다.

내 가고 싶은 대로 그냥 가도 말릴 사람은 없다.

나 혼자인 것을...

자유는 언제든지 열려있다.

자유를 찾다가 길을 잃어도 네 스스로 찾아라

다시 돌아가고 싶으면 돌아가는 것도 내 자유다.

그러나

내가 돌아왔을 때 모든게 나를 떠났을지도 모른다.

내가 돌아오다 지쳐 죽어도 눈물 한 방울 이외에는 없을 것이다.

아니

눈물 한 방울도 아까워할지도 모른다.

 

 

 

 

진조산 지나 폐 헬기장. 잡목이 자라고 있어 헬기장으로서의 기능이 상실된 상태.

 

 

혹부리 참나무?

 

 

그 뒤로 춘양목.

 

 

934봉 아래 누워 썩어가고 있는 나무.

 

 

 

 

934봉 삼각점

 

934봉을 내려서면서 커가고 있는 황장목을 바라보며..

내 다시 올지는 몰라도 다시 온다면 얼마나 컸는지 지금 이 사진과 비교해보마.

 

 

자작나무숲.

 

 

굴전고개 임도.

 

 

굴전고개에서 전곡리 방향.

 

 

 

 

 

 

답운치를 1km 앞두고 송전탑이 있다.

송전탑이 보이니 추운 날씨에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내일 산행을 이어갈 것인지?

그냥 집으로 올라갈 것인지?

답운치에 내려와 히치를 해보지만 실패하고 실패하고...

마침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영주로 향한다.

 

답운치 고개에서 서울로 오는 방법은 두 가지.

울진으로 나가는 것과 현동이나 봉화, 영주로 나가는 것인데 

양편 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어렵다.

현동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답운치<ㅡ>현동 : 25,000

(답운치에서 영주까지는 80,000원 달라고 함.) 

영주<ㅡ> 서울 :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1시간 30분 간격, 2:30분소요)

동서울 시외버스터미널로 오는 차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