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 정맥/낙동정맥(終)

낙동정맥 3차 산행 ②(애미랑재~한티재)

수정신 2011. 2. 28. 12:46

 

2011년 2월 25일 (금)

황장목과 함께한 낙동정맥 3구간 두쨋날

 

애미랑재-2.3km-칠보산(974봉)-6.5km-884.7봉-6km- 612봉-1km-길등재-2.7km-한티재 18.5km

애미랑재 06:30출ㅡ884.7봉(12:30착 13:00출)ㅡ 한티재 16:05착.   9시간 35분 소요

 

 

 

어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청정지역으로 꼽히는 봉화와 울진을 양 옆으로 두고 산행을 했습니다.

오늘은 봉화군을 떠나 영양지역으로 접어듭니다.

봉화, 영양은 최고의 청정지역이면서 교통편이 가장 안 좋고 춥기로 유명한 곳이죠.

아침 다섯시에 일어나니 기온은 영하지만 푸근함이 느껴지는 날씨입니다. 

아침을 먹고 점심에 먹을  밥과 반찬을 비닐봉지에 뭉뚱그려 싸들고 산행에 나섭니다. 

비상식수인 눈이 사방에 널려있어 물은 500ml 한 병만 들고 갑니다.

 

애미랑재에서 오르는 절개지 사면은 무척 가파르고 눈이 쌓여있어 조심해서 올라야 합니다.

눈 쌓인 절개지의 경사가 코가 땅에 닿을 듯 무척 가파릅니다.

나는 절개지 오른편으로 올랐으나 올라서서 보니 좌측으로 오르는 길이 더 완만하고 선명하게 길이 나 있어 쉬울 것 같습니다.

애미랑재에서 경사길을 600m 가량 오르면 급 좌틀하는 첫 번째 750m 봉우리를 만나는데 이곳까지 30분이나 걸립니다. 

오늘 산행이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 같은 예감이 옵니다.

어제 구간에는 좀 오래된 선답자의 러셀 흔적이 보였지만 오늘은 사람의 흔적이 없고 정맥길을 따라 동물의 흔적만 보입니다.

동물들도 정맥길을 아는지 계속 이어져 있습니다.

동물 발자국들을 보며 걷노라면 그 발자국에 무슨 의미라도 있을 것 같은 막연한 생각을 하면서도 그 막연한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다시 막연해 집니다.

그 막연함은 잡다한 생각을 없애는 단순 무식으로 이어져 머리를 텅 비어버리게 함으로서 정신을 맑게 하는가 봅니다. 

 

마늘봉처럼 뾰족하게 솟아있는 칠보산. 

칠보산 밑자락에서 조금 오르면 정상을 코앞에 두고 등산로는 곧장 오르지 않고 좌측 사면으로 빠지다가 능선에 이르러 

다시 우측으로 꺽여지는데,  봉우리를 눈앞에 두고도 다른 길로 빠지는 듯 한 착각이 들게 만듭니다.

(나는 좌측 사면으로 빠지다가 아무래도 칠보산을 비껴가는 느낌이 들어 중간쯤에서 수직으로 치고 올라 갔습니다.

심한 경사면에 많은 눈이 쌓여있어 오르다 미끄러지고 오르다 미끄러지고를 반복하며 한참을 허부적거렸습니다.

짧은 거리지만 히말라야 눈길도 이보다 더 힘들까 싶더군요.) 

칠보산. 이름은 보석을 일곱개나 가진 아름다운 산일 것 같지만 힘들게 오른 만큼의 정취나 전망이 없는 산입니다. 

예전에 마눌이 칠보반지를 가지고 만지작거릴 때는 알록달록한 게 꼭 무당반지처럼 느껴져 "그것 끼고 굿판 펴라" 라고

했다가 한 소리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무튼

애미랑재에서 칠보산까지 2.3km거리를 두 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중간 중간에 사진도 찍고 쉬엄쉬엄 왔다고는 하지만 이대로 진행하면 해 떨어지기 전에 도착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애미랑재를 출발하여 꾸준한 오름 끝에 칠보산을 지나고 낙동의 명물 10지 춘양목을 지나 오르내림을 반복한 끝에

884.7봉에 이르러 시계를 보니 12시가 지났습니다.

884.7봉을 지나 작은 무명 봉우리에서 우측으로 꺽어진 양지바르고 바람이 자는 능선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12:30분. gps를 꺼내보니 9km 왔습니다. 오늘산행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친 거리입니다.

산행 6시간 동안 9km왔으면 시간당 1.5km.  남은 거리는 9.5km...앞으로도 6시간 이상을 가야 한티재?

마음이 조급하면 산행의 즐거움이 고통으로 변합니다.

될 대로 되라지... 느긋하게 점심을 먹으면서 집으로 전화를 합니다.

"오늘 집에 올라가긴 틀린 것 같아. 수비면 발리마을에서 자고 내일 올라갈 거야"

13:00에 다시 갈길을 갑니다.

 

884.7봉에서 고도 150m정도 길게 떨어지고 다시 서서히 고도를 높이는 작은 봉우리를 지나면서 눈 속의 나비를 봅니다.

나비는 내가 다가가면 포르륵 날아 도망가지만 힘이 없는지 1m정도 날다가 다시 눈밭에 앉습니다. 

경칩도 지나지 않았는데 어찌 나왔는지 시계 알람을 잘 못 맞춰 놨나봅니다.

신기하기도 하지만 눈 밭에 앉은 모습에 내 발이 시려옵니다.

나비와 잠시 시간을 보내고 갈 길을 재촉하는데 이 나비가 행운을 주는가봅니다.

 

고도 100여m를 높여가는 850봉으로 향하는데 힘이 들지 않습니다.

850봉 경사길을 내려오니 눈은 서서히 사라지면서 평지길도 지나고 습지지대를 지나면서 봄기운이 느껴집니다.

작은 무명 봉우리들도 군데군데 눈이 보일뿐이고 육산길이라 밟는대로 나갑니다. 

접지력이 좋아지면서 속도도 붙지만 무엇보다 힘이들지 않습니다.  

작은 봉우리를 계속 넘나들지만 몸 풀기 산책코스 같은 등산로입니다.

한티재에 도착하니 16:05분. 점심 식사후 3:05분 걸렸습니다.

눈의 탓인지 경사도의 탓인지 모르겠으나 전반전 9km를 6시간이 걸린 반면 후반전 9.5km를 3:05분만에 왔습니다.

 

                애미랑재

              

            애미랑재에서 600m올라 바라본 칠보산.

 

 

            동물들의 발자국과 나의 지나온 발자국이 어울려 있습니다.

  

             동물의 발자국이 없으면 홀로 발자국을 찍으며 지나고....

 

 

             삼각점이 있는 칠보산. 사방으로 조망도 없고 휴식할 자리도 마땅치 않습니다.

 

             새신고개를 내려서기 전 여러 갈래로 벌어진 춘양목.

             (주의)* 새신고개에서 십지춘양목을 향해 1.5km를 가면 오른쪽으로 빠지는 등로가 있습니다.

             이 길은 덕산지맥으로 빠지는 길입니다.

             낙동정맥 길은 오래된 낡은 표지기 하나만 달랑 붙어있는 반면 덕산지맥으로 빠지는 길은 표지기가 많이 붙어있고

             등로도 잘 나있어 무심코 빠지기가 쉽습니다.

             

            

 

             낙동정맥의 명물 십지 춘양목. 디카에 담기위해 멀리서 찍어도 다 담아내지 못할 만큼 우람하고 우아합니다.

            십지춘양목.....

            소나무는 본래 어릴때는 음수이다가 성장하면서 양수로 성질이 변합니다.

            그래서 스스로 햇볕을 받기위해 하늘을 향해 1(일)자로 크는데 십지춘양목은 어릴적에 생장점인 순이 상처를 입어

            옆눈이나 맹아가 나와서 큰 것이겠지요.

            어릴적 상처받은 결과로 이렇게 아름답고 멋지게 컷네요.

            그러나 관상수로서 아름다울 뿐이지 재목으로선 전혀 가치가 없습니다. ㅜㅜ 

 

            십지춘양목을 요리조리 감상한 후 눈밭길을 걸어 갑니다. 

            앙증맞게 흔적을 남긴 동물 발자국을내 발자국이 지우며 갑니다.

 

            

             깃재. 지형도에는 좌측으로 2km 내려가면 수비초교 신암분교가 나오지만 길의 흔적은 아주 희미합니다.

             마을도 있어 비상시 탈출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깃재에서 884.7봉 가는길도 춘양목 길입니다.  이 나무는 혼란스럽게 제 멋대로 뻗었군요.

            곡선미있게 뻗지않고 각선미를 풍기는게 남성인듯 합니다.

 

             음~~~~

 

            지나온 칠보산을 뒤 돌아 봅니다. 봉우리에 올라섰을때는 별 멋이 없더니 멀리서 바라보니 멋지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세상사도 그런가 봅니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그게 그거고 떨어져 멀리 있으면 멋스러워 보이고.....

            

            이상하게도 정맥길만 따라서 눈이 덮여 있습니다. 

            잡목이 우거져 눈을 밟지않고 피해서 갈 방법이 없습니다.

            

            

            

               884.7봉 헬기장.  잡목만 무성합니다. 

 

               사진한장 찍으려고 몇번 실랑이도 하면서 나비와 잠시 노닥거립니다.

               나비는 지금 자기의 상황을 알고 있을까요?

               철 없이 나온것도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서서히 길이 좋아지더니 아래와 같이 고속도로도 나옵니다.

               중간중간 미끄러운 길도있어 아이젠은 그대로 착용한채 걷습니다..... 한티재까지요.

               계속 무른 흙길이라 불편하지 않습니다.

             

 

 

               정맥길 좌측으로 방화선이 있고

               정맥길따라 방화선이 이어집니다.

 

               오른쪽으로 포장도로가 보이지만 차량통행이 없는 길입니다.

               이 길은 길등재에서 만나지만 길등재 또한 한티재와 통하지 않으므로 내려서면 안되는 길입니다.

 

 

               길등재 입구의 표지기들.

 

               길등재.  도로를 건너 한티재까지 3km 남았습니다.

               얕은 봉우리를 몇차례 오르내립니다.

 

               멀리 눈덮인 검마산이 보입니다.

               가까워 보이지만 남쪽으로 8km정도 내려가다가 다시 동북쪽으로 10km 정도 급 좌틀해야 하는 멀고 먼 산입니다.

 

               수비면도 시골중의 시골인데 시골에서 더 들어가 있는 시골집입니다.

               육안으로 보기엔 도로로 없는 듯 한데, 설마 길이야 없을라구요?  ㅎ~

 

               한티재에서 18km 떨어져 있는 검마산이 자꾸 눈에 들어오네요.

 

               특이하게 자리잡은 묘입니다.

               주변에 댐을 공사중이라는데 연고가 없어선지? 불화가 있어선지?

               잔디손질이 잘 되어있는 걸로 봐서는........  

 

               한티재를 앞두고,  아름다운 숲길로 꼽아주고 싶은 길 입니다.

 

                             

            한티재 수비면 계리에 있는 큰 재.
               임란시 의병과 왜군이 이 골짜기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인 바 있어,
               지금도 비만 오면 핏물이 바위 틈에서 흘러나오고 있으며,
              통로의 반석 위에는 많은 말발굽 자국을 선명히 볼 수 있다고 한다.

 

               한티재에 도착하니 해발 430m의 고개인데도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한티재를 지나는 88번 지방도는 수비면 발리마을을 지나 백암온천으로 이어집니다.

               나는 백암과 반대 방향인 영양군으로 가야 합니다.

               영양행 버스를 타러 발리마을로 털레털레 내려가다 보니 버스가 지나치는데 얼핏보니 영양이라고 써 있습니다.

               뒤 쫒아 버스를 세우니 저만큼 가다가 세워 줍니다.

               영양에서 안동(1:20분소요) 안동에서 18:30발 성남행 버스를 타고 성남에 도착하니 21:45분.

               3시간 15분이 소요됩니다.  

               다시 한티재에 오려면 최소 다섯시간이 소요되겠네요....갈수록 집과 멀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