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3차 산행 ①(답운치~애미랑재)
2011년 2월 24일 (목)
황장목과 함께한 낙동정맥 3구간 첫날
답운치-6.1km-통고산-2.4km-937.7봉-3.6km-애미랑재 (12.1km)
답운치 11:45출 ㅡ애미랑재 18:10착 6:25분 소요.
낙동 2구간을 다녀온 후 ㄱㅖ속되는 한파와 잦은 폭설로 두 달만의 산행입니다.
해가 바뀌었으니 1년만의 산행이라고 해도 말이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생활 속에서 편안한 오후나 등허리 따끈한 잠자리에 누우면 산행을 떠나려는 욕구가 불쑥불쑥 치솟지만
어둑어둑한 새벽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오면 뼛속까지 스밀 듯 한 냉기가 전신에 밀려들어
산행욕구는 일순간에 꺽여져 버리고 집안의 따스한 안락함 속으로 뒤돌아서게 만듭니다.
12월, 동절기에 낙동정맥을 시작하며 폭설과 추위에 대한 각오도 없이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눈이 많이 오면 내 사는 집이나 사업장에도 한바탕 눈과의 전쟁을 치러야 하기에 쌓인 눈을 나 몰라라 놓아둔 채
와이프의 따가운 눈총을 뒤로하고 떠나기는 쉽지가 않았습니다.
올해는 춥기도 하지만 눈이 참 자주도 오고 많이도 내립니다.
눈이 녹을 만 하면 다시 내리고 녹을만 하면 또 다시 내리고를 반복하더군요.
2월 11,12일에는 전국적으로 많은 눈이 내리더니 14,15일에는 영동 산간지방에 몇 십 년만의 폭설이 집중적으로 내려
강릉, 삼척, 울진 등 동해안의 도로들이 마비되고 도시기능도 마비가 되어버렸습니다.
낙동정맥의 등줄기를 따라 집중적으로 폭설이 내린 것입니다.
눈이 그치고 날씨도 조금 풀리고 겨울 잠바를 벗어도 좋을 만큼의 포근한 날씨가 며칠 계속되어 산행을 떠날 요량으로 정보를 알아봅니다.
답운치구간 접근로에 위치한 옥방휴게소와 소천면 소천택시 기사에게 전화를 해보니 아직 눈이 많이 쌓여있어 산행은 힘들 거라고
합니다.
며칠을 더 기다리기로 합니다.
낮 기온 영상 10도를 웃도는 따스한 나날이 계속되어 다시 연락을 해보니 눈은 쌓여있지만 산행은 할 수 있다는 소식에
산행을 떠나지만 3구간인 답운치~한티재 도상 31km를 당일 산행은 힘들 것 같아 답운치~애미랑재, 애미랑재~한티재 두 구간으로
나눠서 가기로 합니다.
애미랑재 서쪽방향 봉화군 남회룡의 민박집 할머니에게 전화로 예약을 해놓고 산행길에 나섭니다.
동서울에서 7:30분발 울진,백암온천행 버스를 타고 답운치로 향합니다.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풍기와 현동을 거쳐 답운치에 도착하니 11:20분. (3시간50분 소요)
아침을 동서울에서 간단하게 먹었지만 점심식사를 할 곳이 없습니다.
버스는 풍기와 현동을 거치지만 손님만 타고 내린 후 곧바로 출발하기 때문에 휴식시간이나 매점을 이용할 시간을 주지 않아
미리 점심이나 간식을 준비해야 합니다.
답운치에 내리니 바람이 많이 불고 적막강산에 혼자 버려진 느낌이 듭니다.
모자를 버스에 두고내려 배낭에서 비상용 빵모자를 꺼내어 둘러쓰고 11:45분 산행길에 오릅니다.
답운치~애미랑재 구간.....
답운치에서 통고산까지 등산로에 돌들도 별로 없는 유순한 육산으로서 계속되는 오름이지만
경사면을 오른 후에는 잠시 숨 쉴 여유를 주는 평탄한 길도 양념처럼 끼어있어 그리 힘든 산은 아닙니다.
고도차 450여m를 6km거리를 두고 오르는 것은 그리 가파른 것이 아니겠지요.
그러나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녹아들어가고 있는 눈 입니다.
구간 전체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쌓인 눈은 스펀지처럼 쿠션이 있어 밟으면 두 번 정도 더 들어가고 발을 내딛으면 뒤로
2~30%정도 힘이 새버리는 느낌에 다리근육은 긴장되고 속도도 나지 않은 그런 형국입니다.
아이젠빨도 먹히지 않습니다.
12km.... 시간이 지체되고 체력도 많이 소비된 산행이었습니다.
봉화에서 울진을 잇는 36번 국도상의 답운치고개 낙동정맥 들머리.
버스기사는 답운치를 잘 모르고 옥방고개로 알고 있습니다.
옥방휴게소에서 울진방향 약4km 지점에 위치하므로 휴게소를 지나면서 미리 고갯마루에 세워달라고 부탁을 해야 합니다.
답운치에서 약 700m를 오르니 소복을 입은 듯 눈 덮인 무덤이 나옵니다.
정오의 훈풍에 눈 표면이 녹고 있어 미끄럽고 접지력이 떨어져 초입부터 힘이 듭니다.
해발 600여m의 답운치에서 1,067m의 통고산을 향하여 서서히 고도를 높여갈수록 눈도 서서히 많아집니다.
(12:40) 55분을 올라 첫 번째 만나는 헬기장..나무가 우거져 있어 헬기 이착륙은 불가능할 것 같은데 나무만 자르면
즉시 헬기장으로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바닥이 고릅니다.
조금 오르다 보면 쭉쭉 뻗은 황장송이 발길을 머물게 합니다.
2구간보다 더 우람하고 많은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13:20) 889봉을 목전에 두고 바라본 통고산.
줌으로 당겨서 본 통고산. 우측으로 크게 돌아갑니다.
889봉을 지나 15분가량을 가다보면 첫 번째 임도를 만납니다.
임도건너로 길 안내를 하듯 멋진 황장목이 절개지 위에 뿌리를 박고 서 있습니다. 황장목 정면으로 올라야 낙동길이죠.
이곳에서 통고산까지 꽤나 긴 오름을 올라야 합니다. 고도 250여m를 치고 올라야 합니다.
통고산에 이르니 전파탑과 산불감시초소가 있습니다.
통고산의 유래는 알고 가야겠죠.
(전설에 의하면 부족국가시대 실직국(悉直國)의 왕이 다른 부족에게 쫓기어 이 산을 넘으면서
통곡하였다 하여 통곡산(通哭山)으로 부르다가 그후 통고산(通古山)으로 불리워지고 있다.
산의 동쪽에는 진덕왕 5년 의상대사가 부근의 산세가 인도의 천축산(天竺山)과 비슷하다 하여
이름지어 불리워지고 있는 천축산이 있고 산 기슭에는 그 당시 창건한 불영사가 있으며
하류에는 불영계곡이 있다.
이 표주석은 관광 울진, 환경 울진의 무궁한 번영을 기원하는 7만 군민의 정성어린 뜻을 담아
육군본부 항공대 헬기 지원으로 이곳에 세우다.
1998년 11월 23일 울진군수
자료를 찾아보니 실직국은 삼국시대 초기에 삼척지방에 있던 小國이었답니다.)... 펌글
통고산에서 바라본 동해. 바다는 보이지 않았으나 동해와 나란히 하는 산맥들을 바라보니
호연지기가 가슴으로 들어오는 듯 합니다.
저 푸른 하늘에, 저 웅장한 산야에 네 한낱 미물인 것을...
무엇이 너를 피폐하게 만들었으며
네 놈 무슨 이유로 지렁이 몸을 꼬듯 몸부림 쳤느냐
네 묵묵히 산길을 걷지만
네 머리위에 너를 사랑하는 벗들을 이고 있음을
네 등엔 너를 의지하여 살아가고 있는 등꼬리가 여러 갈래 있음을
바보천치처럼 잊고 걸었더냐.
숙맥 같은 너를 세상 제일인양 믿고 사는 눈동자가 두렵지도 않았더냐.
이제는 너를 무덤 속에 가두고
지나온 날들에 더 숨가빠하고 아파하며
새로운 고통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동물 발자국과 나란히 걸어온 길을 뒤돌아봅니다.
통고산을 지나면서 선답자들의 자취는 보이지 않고 동물의 발자국이 정맥길을 안내하듯 계속 이어집니다.
황장송 사이로 해가 넘어 갑니다.
석양은 아름답지만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애미랑재. 아찔할 정도로 무척 가파른 절개지입니다.
내려오면서 좌측으로 영양군 신암리 방향입니다.
애미랑재 우측으로 내려가면 봉화군 소천면 남회룡 입니다.
매우 가파른 절개지를 조심스럽게 내려와 민박집으로 향합니다.
전날 민박집 아주머니에게 늦어도 다섯시까지 갈 거라고 약속을 해논터라 안 오는줄 알고있을지 몰라
전화를 합니다.
아는 길도 물어가라는 뜻에서 전화를 한 것이기도 하구요.
만두: 아주머니 저 좀 늦었네요.. 지금 애미랑재 왔는데 내려서 어느 쪽으로 가야되죠?
아주머니: 저 너메로 가지 말고 이쪽으로 와야됩니더.
만두: 저 넘어면 내려서서 오른쪽이요? 왼쪽이요?
아주머니: 아,, 그니까 저 넘어로 가면 안 되고 이짝으로 내려와야되요.
만두: 아...네..네.. 그럼 얼마나 가야되죠?
아주머니: 그냥 길따라 쭉 내려오면 됩니더.
정말로 그냥 쭉 내려가니 불빛이 보입니다.
가로등이 환하게 빛나는 집이 민박집입니다.
애미랑재에서 우측으로 500m 거리에 있습니다.
↓ 917번 도로와 만나는 삼거리 좌측이 민박집 입니다.
선답자들의 자료에 의하면 애미랑재 민박집은 빨간색 기와지붕 집인데
현재는 아스팔트 싱글기와집으로 신축하였습니다.
본채와 방갈로 두 동을 지어서 전기온돌판넬 난방을 합니다.
할머니라고 부르기엔 좀 젊으시고 아주머니라고 부르기에도 좀 그렇고....
아무튼 무척 미인형에 사람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후덕한 인상이십니다.
씻고 저녁을 먹으려했으나 배고플 테니 먹고 씻으랍니다.
모든 반찬과 찌개가 맛있어 밥 두 공기를 게 눈 감추듯 비웁니다.
식사 후 잠시 얘기를 나눕니다. 민박집 운영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민박을 하려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예전에 같은 마을에 민박을 운영하는 집이 있었답니다.
당시에는 손님이 가뭄에 콩나듯하여 운영도 안 되고 귀찮아서 민박운영을 그만두었는데
눈 오는 어느 겨울날 산행을 마친 등산객부부가 이것을 모르고 찾아왔답니다.
민박을 안한다고 하더라도 오도 가도 못하는 오지중의 오지인 산골짝에 하룻밤 재워줄만도 하건만
창고라도 좋으니 하룻밤 묵어가게 해달라고 사정을 하는 부부를 매몰차게 거절하더랍니다.
결국 부부는, 다리 밑에서 눈치우고 자게 삽이라도 빌려달라고 하여 삽을 얻어들고 다리 쪽으로 가더랍니다.
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아주머니부부는 그 부부를 뒤 따라가 "내 마을에 들어온 사람을 어떻게 눈밭에서
재울 수 있냐며 집으로 데리고 왔다고 합니다.
아주머니는 요즘 마실을 자주 나가시나봅니다.
집 전화 잘 안 받더군요. 아는 것은 집전화 뿐인데 이틀 만에 통화됐습니다.
애미랑재 민박집 :☎ 054ㅡ672ㅡ7745 // HP: 010ㅡ9357ㅡ7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