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 정맥/낙동정맥(終)

낙동정맥을 후기

수정신 2011. 1. 14. 23:05

 

백두를 마무리 한게 5월중순

백두대간을 마친 후 곧 바로 낙동정맥을 시작하려고 했습니다.

낙동을 시작으로 호남정맥, 낙남정맥등 남부지방의 정맥을 마치고 중부지방의 정맥을 타려고 했었습니다.

사람 사는것이 어찌 계획대로 될까마는 나는 계획대로 움직이는데 어떠한 장애도 없었습니다.

시간과 경비, 가족의 협조, 월등하지는 못하지만 인내로 이겨낼 수 있는 기초체력 정도는 갖추고 있었음에도  

계획대로 움직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백두종주도 2~3개월로 계획을 잡았지만 1년이 소요 되었습니다.

조건의 장애는 설득과 고집으로 해소할 수 있겠지만  의미의 상실은 그 무엇으로도 나를 산으로 내밀지 못했습니다.

문득 문득 떠나는 대간길은 내 폐부를 바늘로 찌르는듯한 통증을 안겨 주었고

산에서 내려와 머무는 낯선 도시에서 묵는 민박이나 모텔, 사우나에서의 잠자리는 커다란 외로움을 느끼게 했습니다.

 

가끔씩은 다투지만 모든것을 감싸주고 이해해주는 아내가 있고,

친구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아빠라고 얘기하는 두 아들이 있고

나를 가장 사랑하고 나를 낳아준 어머니가 계시고

이 세상에서 내동생 최고라고 자랑하는 하나뿐인 형과 누님, 여동생...

그리고 친구들... 선배와 후배들...

내가 외롭다는것은 나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배신하는 감정인것을 알면서도

난 외로왔습니다.

 

백두대간 종점인 진부령에 도착하여 진부령 표지석 앞에서 나는 무척 외롭고 공허했습니다.

진부령 표지석 앞에 서서 뜸하게 지나는 차들을 보면서 밀려오는 감정이 있었습니다.

텅 빈 식당에서 더덕구이에 막걸리 한잔을 마시고 거나하게 취한 상태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산행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낙동정맥을 떠나려고 마음 먹은게 10월이었습니다.

산이 아름답고 산행하기에 적당한 가을....

이핑계 저핑계 미루고 미루다 추윤 겨울날 낙동을 떠남니다.

일부러 힘든 계절을 택했는지도 모릅니다.

 

------------------------------------

낮선땅 낯선마을에서 세상을 본다.

산행을 하기위해 잠시 보내는 시간이지만

사방을 둘러봐도 아는사람 한 없고 아무것도 해야할 일이없는 정지된 시간속에 혼자만 덩그러니 서 있다.

돌아다니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국내의 어지간한 곳은 다 다녀봤지만 대부분 지나치면서 봐왔던 길과 마을들이다.

아무생각없이 지나치던 마을에 내가 정지되어 시간을 보낼거라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기에 연고가 전혀없는 곳에서 동행인도 없이

혼자 덩그러니 서 있으려니 내가 언제 어디에 또 이렇게 서 있을것인가? 그곳은 또 어디일까? 야릇한 궁금함이 생겨난다.

-------------------------------------

품이 좋다. 아니 품이 그립다.

엄마의 품이 좋았고 그 품이 그립다.

내가 환하게 웃으며 생활하던 그 시절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나 나는 이미 그 품을 떠난지 오래고 그 품을 그리움으로 기억하고만 있다.

이제 내 나이가 모든 살람을 품어주고 위로해줄 나이가 됐는데 나는 나를 안아줄 품을 꿈꾸고 있다니..

그 품을  느낀느게 아내다.

--------------------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고 결과도 분명 내 앞에 서 있을것이다.

선택할수 있거나 돌아갈수 있거니 조금만이라도  한점 생각해볼수 있지도 않고 잠시 머뭇거릴수도 없는

모든것이 무의미해지는 결과가 한 순간에 나를 삼킬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