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1차 산행 (천의봉~석개재)
10년 12월 11일 : 피재-1.3km-천의봉(1,445봉)-1.1km-작은피재-1.3km-대박등-4.7km-우보산-1.1km-통리역 9.8km
10년 12월 12일 : 통리-3.7km-고비덕재-1km-백병산-5.5km-토산령-1.2km-구랄산-2.1km-면산-4.2km-석개재 18.7km(GPS도상거리)
백두종주를 마치고 7 개월여 동안 와이프와 설악산 공룡능선을 한번 다녀온 것 이외에는
한 번도 산행을 하지 못하고 주야장천 술을 마신 기억밖에 없습니다.
마음은 항상 정맥 길에 가 있어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배낭을 바리바리 꾸려 놓았지만
선뜻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그렇다고 다른 취미생활에 빠진 것도 아닙니다.
차일피일 미루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기상청 예보를 듣고 출발을 결심합니다.
때마침 우연히 들른 바이크 동호회 후배 야크가 동행하기로 합니다.
12/17일 성남터미널에서 18:30분 버스를 타고 태백시에 도착하니 22:00분
3시간 소요된다고 했는데 고한에서부터 태백시로 넘어가는 두문동재까지 노면이 얼어붙어 기어서 오느라
30분이 늦어집니다.
현재 기상청 예보: 서울 -14℃ 대관령 -19℃. 태백은 몇도 인지 모르겠으나 기온이 몹시 차갑고 바람도 많이 붑니다.
낙동정맥 1구간은 천의봉~석개재까지 도상거리 25.3km
겨울철 해가 짧다고는 하지만 일찍 서두르면 당일 종주가 가능한 거리지요.
문제는 오랜 시간 산행을 하지 못한 나 자신의 체력도 의심스럽고,
동행한 야크의 산행능력도 알 수가 없습니다.
선답자들의 구간을 보면 천의봉에서 통리역, 통리역에서 석개재까지 두 구간으로 끊어서 종주를 하더군요.
후배 야크와 상의한 후, 천의봉~통리까지 가 보고 체력이나 시간을 본 후에 이어 갈 것인지
두 구간으로 나눌 것인지 결정하기로 하고 일단은 새벽 일찍 출발하기로 합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6시에 택시를 타고 피재(삼수령)로 향합니다.
피재를 700여m못미처 우측으로 작은피재가 보입니다.
피재에서 분기점인 천의봉을 거쳐 작은피재까지 약2.5km.... 1시간 거리죠.
날도 춥고 바람도 많이 부는데 작은피재에서 시작을 할까? 하고 잠시 나약한 생각이 스쳐갑니다.
낙동정맥의 시작점은 천의봉이지만 이곳 작은피재에서 정맥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낙동정맥은 백두대간을 마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백두대간 길에서 천의봉 분기점을 거쳤기 때문에
작은피재에서 시작을 해도 별 문제는 없을 듯 합니다.
피재(삼수령) 고개에서 좌측에 바람의 언덕으로 올라가는 시멘트 포장길이 있는데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천의봉 부근까지 편하게 갈 수 있어 택시기사에게 부탁을 하니 흔쾌히 들어주시네요.
그러나 시멘트 포장길을 100여m 오르니 차가 헛바퀴 돌며 올라가지 못합니다.
전날 내린 눈과 밤에 내린 비 때문에 도로가 빙판이 되어 있습니다.
차에서 내려 강풍이 부는 어둠속을 앞만 보고 올라갑니다.
한참을 올라가는데 가도 가도 천의봉 분기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매봉산 턱밑까지 올라가도 분기점을 찾을 수 없어 헤매다가 gps를 꺼내 봅니다.
이런....분기점을 지나쳤습니다.
어둠속에서 잔설을 동반한 강풍으로 인해 고개를 아래로 처박고 올라오다 보니 분기점을 어깨를 스치듯 옆으로
지나치면서도 모르고 올라온 것 입니다.
앞으로 한 발짝 나가려면 뒤로 한 발짝 밀려나고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강풍 속에 30분 정도 길 찾아 헤맸습니다.
눈은 내리지 않지만 강풍에 섞여 날린 눈으로 사진을 찍어도 스틱만 보입니다.
눈 위로 우리가 올라온 발자국이 보입니다.
이렇게 가까이 옆을 지나면서도 그냥 지나쳤습니다.
작은피재.
좌측으로 매봉산이 보이고 중간에 완만한 봉우리가 천의봉 낙동 분기점입니다.
분기점에서 내려오다 보면 임도를 만나는데 좌측으로 가야합니다.
임도 오른쪽으로 민가가 두 채 있고 좌측으로 사진 상에 보이는 파란지붕의 축사 뒤로 돌아가면 목초지 울타리를 끼고 정맥길이 있습니다.
태백시 수자원공사
무엇에 쓰는 조형물인지 ??
대박등 삼각점. 표지석은 없고 우측에 큰 표지기에 대박등이라고 써놓은 것을 보고 대박등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령산.... 원래 이름은 우보산이었으나 두릅령에서 유령제를 지내고, 두릅령이 교통의 요지로 이름이 나자
산 이름도 아예 유령산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두릅령 유령산영당.
오래된 묘지앞, 가선대부 밀양박씨와 그의 정부인 전주이씨가 합장되어 있다는 비문이 있고 양쪽 옆으로 길 가운데 박혀있는 문인석.
땅속에 살짝 박혀있어 손으로 밀어도 가볍게 흔들립니다.
묫둥지 위에서 자란 무척 굵은 참나무가 베어져 있는데 수십 년은 묘를 뚫고 자란 듯 합니다.
통리역.
사진 중간에 보이는 흰색 3층 건물이 백병산 민박식당인데 건물 뒤 우측의 시멘트 포장길로 올라가면 태현사 입니다.
절의 모양을 갖추지도 않았고 절 냄새도 전혀 풍기지 않아 일반가옥 같습니다.
통리역에 도착하니 11:40분. 조금 늦었습니다.
야크가 오름길은 잘 오르는데 내리막에서 무척이나 힘들어 합니다.
야크의 무릎이 시원치 않은 모양입니다.
계속 이어서 갈지 여기에서 끊을지 야크와 상의를 하고 오늘 산행을 끝냅니다.
통리역 바로 옆에 통리<ㅡ>태백간 버스가 자주 있는데 택시를 타고 태백으로 향합니다.(4000원))
태백에 도착하여 그 유명한 태백 한우고기에 술 한 잔 하고 당구도 한판치고 모텔로 갑니다.
잠자기 전 야크와 진지하게 상의를 합ㅂ니다.
"정맥 길은 일반 산행길과는 달라서 오르내림의 연속이고, 탈출로도 없어 가다가 다리에 이상이 생기면 오도 가도 못할뿐더러
겨울철 해도 짧고, 오늘 같은 영하20도의 추위와 강풍에 자네를 혼자 버려둘 수도 없고, 둘 다 얼어 죽는다"
야크의 얼굴이 시무룩해집니다.
일단 푹 쉬고 아침에 일어나 무릎상태를 보고 결정하기로 합니다.
10.12.12일
아침에 일어나 야크의 상태를 물으니 괜찮다고 합니다.
괜찮다고 하니 나는 걱정이 앞섭니다.
나도 무릎이 아파본적이 있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몇 시간 못가 내리막 경사길에서 그 현상 100% 나타날 것입니다.
어디가 멍들거나 찢어진 것은 정신력으로 이겨낸다 하지만 무릎 아픈 것은 방법이 없습니다.
단호하게 설득한 후 혼자 산행을 떠납니다.
야크를 뒤로하고 나서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태현사. 좌측의 불 켜진 하얀 건물에서 목탁소리 대신 징소리가 들립니다.
진짜 절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신경 끊고,,,
앞에 보이는 파란색 물통 뒤로 들어가면 밭이 나오고 밭 중간쯤에 좌측 숲길로 들어가야 합니다.
좌측 숲길로 들어서면서 상당한 경사로 치고 오릅니다.
진하게 치고 오르고 잠시 숨 고를 틈을 주고 다시 진하게 올려붙이고 이러길 세 번 하면 940봉에 이릅니다.
몇 개의 봉우리를 거친 후 잠시 편하게 가다가 1090봉이 눈앞에 떡 버티고 있습니다.
또 다시 고도 100여m 이상을 치고 오릅니다.
경사, 경사, 계속 경사길 오름입니다.
어제 술을 과하게 마셔서 힘이 들고, 눈 덮인 경사길이라서 다리에 힘이 두 배는 들어 갑니다.
고비덕재. 여기서 백병산까지 900m라,,,,, 계속 치고 올라야 합니다.
백병산 갈림길.
낙동정맥에서 제일 높은 산이라 들렸다 가야죠.
갈림길에 배낭을 벗어놓고 백병산으로 향합니다.
정맥길에서 살짝 벗어나있는 백병산
중간에 함백산이 보이고 우측으로 매봉과 천의봉이 보입니다.
이제 반 왔습니다.
수직구멍바위.
구멍바깥은 곧바로 절벽입니다.
얕아 보이지만 조금 깊고 바닥이 경사져서 빠지면 미끄럼 타고 천길 낭떠러지기로 날아 갑니다.
토산령.
이곳에서 구랄산까지 1.2km, 구랄산에서 면산까지 2.1km,,,,,, 이제 다 왔네 뭐,,,,
지금까지 온 길 중 최고로 쎄빠질것도 모르고
늘어지게 쉽니다. 빵먹고 물마시고, 핸드폰 꺼내어 어디 문자온 것 있나 확인도 하고...ㅎㅎㅎ
구랄산 오르기 참 지루합니다.
토산령에서 1km거리에 있지만 3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려야 구랄산에 오릅니다.
구랄산 정상에 올라봐야 전망도 없으면서 애를 먹이더군요.
구랄산에서 면산까지 2.1km....
구랄산을 내려서면 천천히 갈래야 갈 수 없을 정도의 급경사 내리막 입니다.
가파른 내리막과 가파른 오르막경사를 세 번 하고 나서야 본격적인 면산 오름이 시작 됩니다.
면산을 가파르게 오르다 보면 눈앞에 봉우리가 보이고 봉우리에 올라서면 그 뒤로 봉우리가 버티고 서 있고
그 봉우리를 올라서면 또 그 뒤로 봉우리가 버티고 서 있고 이렇게 7개의 봉우리를 올라서야 면산이 모습을 보여줍니다.
면산.... 면상을 갈겨주고 싶은 산입니다.
면산에서부터 잠시 좋은 길을 걷다보면 동해바다와 정맥길 사이의 아름다운 산들이 보이고
저 멀리 석개재까지의 능선도 아주 완만하게 시야에 들어옵니다.
이젠 한시름 놓고 마음도 여유롭게 산보하듯 갑니다.
그러나 이놈의 구간 ,,,, 끝까지 사람 애를 먹입니다.
석개재까지 크지는 않지만 계속적인 오르내림을 해야 합니다.
석개재 날머리.
택시를 타고 태백으로 나와 동서울행 18:20분차를 타고 귀가합니다.
태백지역의 산악인으로 백두대간, 낙동정맥길을 훤히 꿰뚫고 계신분입니다.
운임도 저렴하게 받으시고 대간 길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011-798-50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