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15번째 산행 10.02.06 (대관령~진고개)
대관령-선자령-곤신봉-매봉-소황병산-노인봉-진고개 (25.8km)
05:20~14:40 (9시간30분소요)
05:00. 미리 예약해둔 택시로 선자령 들머리에 들어선다.
캄캄한 밤, 들머리에 도착하니 매서운 영하의 날씨지만 바람은 고요하다.
05:20. 오늘은 이대로만 같아라. 기도하는 마음으로 들머리 계단길을 오른다.
눈이 많기로 유명한 선자령이지만 눈은 대부분 녹고 녹은 눈이 빙판이 되어 매우 미끄럽다.
계단을 올라 능선길에 이르니 이름값을 하는지 바람이 세차게 불어댄다.
얼굴마스크를 썼지만 뺨이 갈라지는듯 하고 고어방한장갑에 속장갑까지 꼈는데도 손이 시렵다.
평원길이라 스틱을 쓰지않고 팔짱을 끼고 걷는다.
낮부터 날이 풀린다니 해가 뜨면 온도는 올라갈 것이고...
능선에 올라 본 강릉시 야경.
선자령의 일출이 아직 이르다. 일출을 보려고 가는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보기를 반복한다.
동해 일출
곤신봉에 이르니 해가 중천으로 떠오르고 바람도 가라앉는다. 추위도 조금 가시고.
곤신봉에서 바라본 황병산. 구릉지대라서 그런지 가까워 보이지만 곤신봉에서 10km의 먼 거리다.
↑곤신봉. 1,131m의 고도지만 도로옆에 위치하고 있어 봉우리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곤신봉에서 대로를 따라 1.5km를 가면 "태극기 휘날리며" "동막골" 촬영장이 나오는데 대로를 따라 정처없이 가다보면 엉뚱한 곳으로 빠진다.
우측 동해전망대 방향으로 90도 꺽여진다.
촬영지 입구에서 동해전망대 가는길.
동해 전망대. 우측에 임시대피소가 있는데 비상시에 요긴하게 쓰일듯하나 너무 작아서 한팀 들어가면 꽉 찰듯.
여기부터 한동안 범법자가 되어야 한다. 보이는 산이 매봉인데 2017년까지 출입금지구역이다.
나무밑 풀밭에 앉아 한동안 쉬었다 출발한다.
소황병산 오르기까지 출입금지 표지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매봉에서 바라본 지나온 길
매봉에서 초지 가장자리를 따라 1km 가다보면 출입금지 표지판이 또 나오는데 여기서 길을 따르지 말고 오른쪽 숲길로 들어가야 한다.
금지구역이라 표지기가 없다.
너무 편한 길이라 지나온 습관대로 초지 옆길을 따라가다 보면 대간길을 벗어나 엉뚱한 곳으로 빠진다.
(나는 gps를 가지고도 여기에서 30분 알바 ㅜㅜ,,, gps를 마냥 보면서 갈수야 없지 않은가.)
(허부적거리면서 지나온 눈길)
평원을 걷는 좋은시절 다 가고 황병산의 오름이 시작된다. 눈이 많이 쌓인데다 잡목지대라서 길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게 언제적 눈이기에 발자취가 없을까. 눈 부서지는 것으로 봐서 오래도록 인적이 없었던것 같다.
소황병산까지 약2km. 빡센 경사길이다.
소황병산 평원에 오르다. 감시초소 바로 뒤 목책너머로 대간길이 이어지는데 감시원이 있을경우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이제까지 온것도 불법이요 갈길도 불법이다.
초소를 거치지 않고 우회하여 빠져나간다 해도 노인봉쪽에서도 지키고 있을터이고 소황병산과 노인봉 사이에 우회길도 없다.
딱 한군데 탈출로가 있기는 한데 소금강으로 빠지는 급경사 계곡길이라 대간길과의 합류는 불가능할것 같다.
소황병산 정상은 대간길에서 벗어나 좌측으로 가야한다.
대간길만 고집하여 대간길 주변의 풍치를 그냥 지나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간 여러 산들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가슴을 트이게하는 산은 처음인것 같다.
동해바다와 강원의 명산들을 두루고 있어서인가?
동서남북 사방으로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민둥산, 소백산의 초원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대간길 좌측으로 멀리 보이는 소황병산 정상.
동으로 동해바다와 선자령의 초지능선이 보이고,
북쪽방향. 감시초소 뒤편으로 설악산 귀때기청봉에서, 중청,대청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뚜렷하게 보인다.
소황병산에서 바라본 황병산. 군시설이 있어 출입이 통제되어 있고...
남으로 보이는 용평스키장
멀리 보이는 노인봉
노인봉 무인산장.(출입금지!!) 새로 지은지 2년이 채 안된것 같다.
(퍼온사진) 대간선답자들이 2년전에 찍은 노인봉산장.
노인봉에서 바라본 대간길. 멀리 대청봉이 보인다. 저 능선 중간에 종주자들 사이에 "악몽의 코스"로 불리는 구룡령~단목령 구간이 들어있다.
노인봉에서 되돌아 본 소황병산(좌)과 황병산(우)
진고개 휴게소
노인봉에서 진고개까지는 오름이 없이 평탄한 길과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진고개에서 한참을 머물다 진부택시를 부른다.(\18,000)
진고개↔동서울직통 (30~40분간격, 약2시간 소요)
노인봉 하산길을 세월네월 내려온다.
대간길 풍광이 아름답다 한들
대간길에 거창한 의미를 둔다한들
가야할 길이 희미해지고
회의로 이어지는 길 이라면
울면서 가야할 길이 아닐까
내가 돌아갈 길은 어디인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이며 진실이란 무엇일까.
지친 몸으로 끌고 끌고 가다보면
어떤 길이 나타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