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두번째 산행 09.05.17~19 여원재~육십령
5월17일 : 여원재ㅡ5.4kmㅡ고남산ㅡ5.0kmㅡ매요리ㅡ3.3kmㅡ사치재ㅡ2.9kmㅡ새맥이재ㅡ4.8kmㅡ복성이재 (야영)
21.4km
5월18일 : 복성이재ㅡ4.2kmㅡ봉화산ㅡ4.7kmㅡ광대치ㅡ3.2kmㅡ중재ㅡ4.3kmㅡ백운산ㅡ3.5kmㅡ영취산 (야영) 19.9km
5월19일 : 영취산ㅡ2kmㅡ덕운봉ㅡ5.3kmㅡ민령ㅡ2.3kmㅡ깃대봉ㅡ3kmㅡ육십령 12.6km
두번째 산행거리 54km
5월 17일(일)은 비가 그치고 전국적으로 맑다는 기상청의 예보를 믿고
왼종일 비가 내리는 5월16일 전주행 버스에 오른다.
성남에서 전주를 거쳐 남원행 버스를 갈아타고 남원에 도착하니 밤 10시.
터미널 주변 식당들이 24시 김밥집을 제외하고 다 문을 닫았다.
소주한잔을 하고 자야 하는데...김밥집에 소주도 마실수 있냐고 물어보니 술은 안된단다. ㅡ,.ㅡ;;;
터미널 주변을 빙빙 돌다보니 간판불은 꺼지고 실내 불이 켜져있는 식당 발견!! 문 열고 들어가니 술판이 벌어졌다.
식당 주인이 낀 남녀 쌍쌍의 술판... 나를 보더니 영업이 끝났다며 힐끗 쳐다 보더니 고개를 돌린다.
그냥 간단하게 밥에다 소주한병 마시고 가면 안되냐고 어벙벙하게 물었더니 추어탕에 반찬 몇가지를 차려준다.
남원의 유명한 그 추어탕집 보다 여기가 더 맛있다는 인사를 드리고 숙소로 ....
아침 일찍이 시내버스를 타고 여원재로...(이곳 사람들은 여원재라고 하면 모른다. 연재라고 부른다)
여원재에 오르니 안개가 자욱하다.안개비도 내리고...
여원재 산행들머리
여원재에서 대간길은 밭두렁을 지나고 야산과 마을길로 시작된다.
출발한지 40분쯤 지나니 비가 내린다. 바람도 심하게 불고...몸 젖는 것이야 참을수 있지만 침낭이 젖으면 잠잘수가 없으니 커버를 씌워야겠다.
이곳에서 뒤 따라온 두 사람을 만난다.
천안에서 오신 두분(천안의 "산에가요"산악회에 계신다고....) 백두대간 종주중 여원재~복성이재 빼먹고 땜빵하러 왔단다.
얼마나 반가운지...
고남산 중계탑
고남산에서 통안재까지 오는 길은 헤메는 구간이 많다.
산은 높지 않지만 산길과 도로가 몇번 만나는데 도로를 걷다보면 대간길을 그냥 지나치기 딱이다.
이곳도 좌측의 표지기를 못 보고 지나쳤다가 다시 올라온 길이다. 안개 낀 날에는 세심히 살펴야 할 듯.
나는 여원재에서 이곳 유치재까지 2시간이 걸렸는데 1:30분만에 왔단다. 내가 안스러워 보였는지 나와 함께 복성이재까지 동행해 주시겠단다.
그러나 짐이 많은 나 때문에 피해를 줄수는 없는일... 먼저 가라고 하니 도시락을 통째로 주신다.
도시락 받아들고 너무 고마워 고맙다는 인사도 못하고 그저 쳐다만 봤다.
매요마을길도 대간길 중의 하나이다.
유치재를 지나 1km정도 오르면 좌측으로 88고속도로와 한옥마을이 보인다. 아늑하고 정겨운모습
88고속도로 밑을 통과하는 굴다리... 이곳에서 쏟아지는 비를 잠시 피한다.
이미 푹 젖은 옷으로 한기가 돈다.더 쉬다가는 몸이 얼것 같아 갈길을 재촉한다.
능선으로 오르니 88고속도로 지리산휴게소가 보인다.
비바람은 여전히 그칠줄 모르고
새맥이재 지나 잡목 터널지대... 이곳에서 배낭 커버를 잊어버렸다.
배낭이 나뭇가지에 걸려 무언가 틱~소리가 나는데 바람불고 추우니 뒤 돌아보기가 귀찮아 그냥 지나쳤는데 아막성에 도착하여 보니 배낭커버가 없어졌다.
배낭은 비에 홈빡 젖어버리고... 오늘밤 어떻게 하나ㅠㅠ,,
오는 내내 길이 미끄럽다. 마사토 길이라면 그래도 덜 미끄러울텐데 이건 아주 검은 찰흙을 물에 개어 놓은것 같다.
요리조리 잘도 피해왔지만 이길을 찍고나서 이길을 내려오다 미끄러져 두 바퀴를 굴렀다. 배낭이 무거우니 대책이 없다.
아주 ㅈ 됐다
이기 뭔 꼴 인고? ㅠㅠ,,, 완죤 개꼴이 되버렸다.
젖은옷에 진흙탕에 굴렀으니 장갑,신발이고 할 것 없이 흙 투성이다.
산화와 양말은 물에 푹 젖어서 질쩍거리고 막막하네.... 웃어야지... 웃어야지. 으 허 헝~~
우짯든 여원재에서 고남산을 거쳐 복성이재까지는 살아왔다.
이건 등산이 아니고 생존훈련 같다. 누가 돈주고 하라면 했을까? 만일 아내가 심부름이나 일을 이렇게 시켰다면 어떤일이 벌어 졌을까?...
복성이재에서 야영준비를 끝내고 물통들고 개꼴로 물을 찾아 나선다.
복성이재 왼편으로 축사(목장)가 보이길래 찾아가 보니 가축은 없고 폐농장 같은 곳인데 토종벌 키우는 곳이다.
문을 두드려 물좀 얻어 갈 수 있냐고 굽신거리니 가뭄이 들어 물이 없단다. 자기도 물을 통에 받아다 먹는다고.
바로 앞에는 물 담긴 통이 10여개 이상이 보이는데ㅜㅜ... 먹을 물 조금만 달라고 하니 물이 오래돼서 못 먹는단다.
끓여서 먹을테니 조금만 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끓여 먹어도 안된단다.
다시 복성이재로 기어 올라와 반대편으로 10여분을 내려가 농가에서 물을 담고 흙묻은 장갑을 빨고, 바지에 묻은 흙을 닦아내니 물젖은 생쥐꼴이다.
어쨋거나 물을 구했으니 마음은 놓인다.
소주(1병에 3000원)를 두병사서 룰루 랄라~ 밥 안주에 한병 마시고 두병째를 마실려고 보니 반병짜리다.
먹다 남은 것을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모르고 그냥 팔았나 보다. 찝찝해서 안마시고 버렸다.
옷을 갈아입고 침낭속에 들으니 침낭 부분 부분이 물기를 먹어 축축하다. 전체적으로 눅눅한게 이 느낌을 거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그래도 현재에선 최고의 환경이다. 잔뜩 웅크리고 잠을 청한다.
바람은 여전히 세차게 분다.
5월18일
새벽5시. 문을 열어보니 바람이 잦아졌다. 그러나 무지 춥다. 겨울용 다운쟈켓을 꺼내 입으니 살것 같다.
양말을 갈아 신었지만 푹 젖은 등산화에 금세 젖어온다. 날이 좋으니 가다보면 마르겠지.
자 출발이다.(06:20) 중치까지 12.1km. 중치에서 영취산까지 8.2km. 오늘은 영취산까지 가자.
꼬부랑재. 능선 좌측은 남원군 우측은 장수군
봉화산에서 내려다 본 장수군 번안몀 마을
봉화산 정상 (08:00)
봉화산의 철쭉 군락지. 이곳의 철쭉은 2m가 넘는 대형 철쭉으로 등산로로 들어서면 사람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이룬다
중치고개 (11:50)
중재고개에서 식수를 구하려고 오른쪽 방향으로 100m쯤 내려오면 오른쪽 밭 중간에 작은, 샘이나 연못으로 부르기엔 어중간한 소가 보인다.
물은 맑지만 개구리가 헤엄치며 놀고있어 식수로 사용하기엔 좀 찜찜하다.
잠시 개구리와 놀다 길을따라 300m정도 내려와 오른쪽 길 옆에 쫄쫄 흐르는 물이 있는데 풀섶을 헤치고 물을 받는다.
그 물이 그 물이겠지만 일단 개구리가 안 보이니 맘은 편하다.
중재 안부에서 점심식사와 잠시 휴식 1시간 30분정도 노닥거리다 13:15분 출발
중재와 중고개재는 다르다. 중재는 해발 600m 중재→중고개재는 1.8km
중재에서 백운산 오르는 길은 4.3km라고 적혀있지만 체감 거리는 상당히 멀다.
재는 해발600m 백운산은 1276m. 다 왔다 싶으면 또 오르막이 나오고 또 다 왔다 싶으면 또 오르막이다.
(15:30 도착, 20여분간 쉬고 영취산으로 출발 15:50)
저 위... 지나온 백운산 정상이 보인다
선바위라는데 바위도 구경 못하고, 고개도 아니고,,,그렇다면 그런줄 알아야지
영취산에 오르니 또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온다. 전날 우중산행에 힘들었던 터라 하산을 생각한다.
울로 전화를 걸어 기상상태를 확인하니 날씨가 너무 좋다고한다. 여기에서 핸폰 밧데리 아웃!!!
영취산 아래에서 2박 야영. 잠자는중에 이상한 짐승소리가 들린다. 멧돼지 소리는 전혀 아니고 처음 들어보는 이상한 소리.
나에게 걸리기만 하면 바베큐될줄 알아라.
주변 취나물을 뜯어 삶아 데쳐 먹는다. 향이 진한게 혼자 느끼기엔 아쉬움이 많다.
5월 19일
백두대간 산행중 처음본 일출. 06:15분 출발
지나온 영취산 정상
덕운봉에서 민령까지는 느긋한 능선으로 이어진다. 능선이라고 오르내리막이 없는건 아니다.
지금까지의 오르내리막 보다 가파르지 않다는것이다. 물도 다 떨어져가고 얼렁 민령에 가서 마음껏 물을 들이켜야지. 힘을 내자.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경외스럽다. 굽이굽이 저 능선을 여유를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나만의 시간.
원래는 신라 백제군이 싸워서 이긴놈이 깃대를 꼿았다해서 붙여진 이름이 깃대봉인데 2006년인가?
어느 풍수지리가가 지형이 구시형이라 해서 구시봉으로 이름을 바꿨단다.
역사적 검증도 없이 구전의 깃대봉을 구시봉으로 명칭을 바꾸고자 이 비석을 세운 관공서도 좀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난 내 갈 길을 간다.
깃대봉 푯말은 한켠으로 밀려나 세워져 있다.
잉?~~ 여기에 자세한 설명이 있었네?.... 에구~~
깃대봉에서 본... 저 멀리 좌측 봉우리가 백운산, 우측 봉우리가 영취산
구시봉에서 바라본 할미봉. 할미봉은 다음 회차인 덕유산종주에서 처음 마주할 봉우리인데 상당히 가파르다.
한눈에 보기에도 경사가 만만 치 않아보인다. (구시봉에서 북동 21도 방향)
가뭄이 들어서인지 약수는 커녕 물 한방울도 없이 바짝 말라있다.
육십령 하산 날머리.
정리 : 장거리 산행은 물과 무게와의 싸움이라고 누구나 알고있다.
그러나 충분한 물을 지니고 무게를 줄일수는 없는 것.
나는 대간길에서 물의 중요함을 알았지만 무게를 줄이기 위하여 샘터가 있는곳 까지의 물을 대중하고 거기에 약간의 여유분을 더한 물을 가지고 출발 하였다.
결코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양을 가지고...
그러나 지도상에 나온 식수 조달 위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았다.
나의 위치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디에서 오른쪽, 또는 왼쪽 방향으로 몇분쯤 내려가면 샘터가 있다,,,라는 안내는 지극히 주관적이며
지시점의 폭이 너무 크고, 지시점이 정확하다 하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속도감이 틀리기 때문에 찾기가 쉽지 않았다.
정확한 샘터를 찾았다 하더라도 대간길에서 벗어나 있어 물을뜨러 왕복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았다.
여유있는 시간을 가지고 야영이나 비박을 한다면 일찍 도착하여 느긋하게 물길러 가는 재미도 있겠지만 시간 계산을 하여 빡빡하게 산행을 하는 사람에게는 물 긷는 시간이 알바와 다를바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다.
나는 지금도 물을 구하려 간 그곳이 지도상, 안내서에서 말한 그곳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난 다른 짐은 줄이더라도 물만은 하루치를 충분히 가지고 갈 것이다.